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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홍콩 변호사의 법률 칼럼] 내 죄를 내가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걸까? (도로운전)

Author
Kim & Company, Solicitors
Date
2025-03-25 16:22
Views
335
자기부죄(自己負罪, Self-incrimination) 금지 원칙 활용

철수는 홍콩 경찰이 보낸 운전자 정보를 제출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니 약 한 달 전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는 자동차가 모처에서 제한속도를 위반하였으니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운전자 정보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철수는 당일 통지서에 명시한 시간에 자신이 해당 지역을 운전해서 지나간 기억과 함께 과속 단속용 카메라가 작동한 것이 기억났다. 경찰에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던 그는 지난 2년간 이미 운전면허 벌점이 누적되어 자칫하면 면허를 정지당할 수 있다는 걱정에 운전자 정보를 제공하기에 앞서 대안을 “연구” 해 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과 유사 판례를 뒤져서 끝내 고안해 낸 것은 자기부죄(Self-incrimination)라는 논리를 앞세워 경찰의 정보 제출 요구를 합법적으로 불응해 보겠다고 결심하였다.

Self-incrimination이란 피의자 본인이 자신의 진술이나 자백으로 유죄를 스스로 입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론이다. 법의 입장은 피의자가 이런 자기부죄(Self-incrimination)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당사자에게 묵비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데 있으며 실무에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철수는 이런 법리를 내세워 형사사건에 있어서 유죄의 입증책임은 당국에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신상정보는 행정기관이 스스로 성실하게 수사하여 자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제출하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철수의 전략이 틀린 것은 아니다. 적어도 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훌륭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철수와 같은 창의적인 발상을 해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긴 대표적인 사례는 2007년에 발생한 미국 국적 기자출신 Richard Ethan Latker 씨의 유사 사건을 들 수 있다. Latker씨는 철수와 같은 생각으로 인권법 (Hong Kong Bills of Rights Art. 11)에서 보장하는 피고의 묵비권을 내세워 경찰 측의 운전자 신분 정보 제출 요구에 불응하였다. 사건은 재판에 회부되었고 검찰은 도로교통법 (Road Traffic Ordinance Cap. 374) 제63조에 의거 특정 사건에 있어서 입증책임을 피고 측에 전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경찰이 차주인 Latker씨에게 당시 운전자의 신상정보를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경찰의 요구는 자료 요청 대상자의 묵비권을 보장하는 인권법에 어긋난다며 Latker씨가 경찰의 요구에 불응한 것은 무죄라며 Latker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상반된 판결이 나왔다. 2심 법원은 인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묵비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공익의 문제와 결부된 경우, 필요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과 함께 원심을 파기하고 1심 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하였다. 하급법원인 재심 법원은 결국 상위법원의 해석과 다르지 않게 Larker 씨의 패소를 결정하였다.